처음 스위치가 나온다는 얘기를 대강 흘려 들었는데, 친구가 한번 구해 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유럽의 어디에서도 구할 수가 없던 것에 놀라고 되려 더 관심이 갔었다. 이후에 내가 더 갖고 싶었지만 어디서도 구할 수가 없었다. 딱히 웃돈을 주고 구입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그러다가 그냥 포기하고 살았는데, 우연히 마이애미 출장을 가서 둘러보던 중에 Gameshop에 들러 물어나 보자고 들어갔더니, 직원이 마침 자기가 하나 구해 놓았다고 하는 게 아니던가. 가격은 세금 포함 315불 정도였고, 당시에 아는 게 없어서 어릴 때 재밌게 했던 마리오카트와 명작이라 불리던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을 하나씩 구입해 왔다.


젤다는 유명한 게임인 건 알고 있지만, 어릴 적 '가난'을 이유로 게임기를 못 해 보았기에 따로 즐겨 본 적은 없었다. (그랬기에 실은 마리오카트에 훨씬 더 큰 기대를 하고 있었다) 젤다 초보자에게도 친절한 게임인가 걱정하며 시작을 했는데, 이건 뭐 그냥 신세계였다. 마리오카트는 굳이 하게 되지 않는다고 할까.


기존의 PS4를 통해 GTA나 다른 소위 '오픈 월드'라 불리는 게임들을 즐겨 보았지만, 그다지 이것이 게임에 무슨 장점을 주는지 와닿는 게 없었던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젤다를 해 보니, 이 '오픈 월드'라는 컨셉과 이것이 제대로 구현될 때의 장점에 대해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새로운, 그리고 진정한 '오픈 월드'를 구현해 낸 것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을 것 같다.


뭔가 퀘스트를 받고, 목표를 향해 가지만 중간에 여러 요소들로 인해서 한눈을 팔 수밖에 없게 되고, 그러다 보면 기존의 퀘스트가 무엇인지 잊으며 몰입하고, 그러다 나오는 퍼즐에 고민하고 퍼즐을 깨는 쾌감에 시간이 무심히 흘러가는 경험을 30대 후반이 되어서 정말 오랜만에 해 본 것 같다.


그렇게 몇 달을 즐기고 엔딩을 보니 대강 90시간 정도 했더라. 재밌는 건 다른 게임은 전혀 하지 않는 아내도 우연히 시작을 했고 열심히 한다. 나도 90시간 가까이 했지만, 아내가 하는 걸 옆에서 보면 새로운 게 계속 나온다. 이 게임은 최소 2~300시간은 해야 게임의 컨텐츠 대부분을 즐긴 게 아닐까 싶다.


그렇게 2017년을 보냈는데, 이 글은 2018년에 쓰는구나. 한참 잊고 지내다가 2018년 2월 한글판이 출시되고 다시 아내가 젤다를 재개하는 걸 옆에서 보니 그때의 생각이 나서 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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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은 게 뭐가 있겠냐만, 외국어 습득엔 동기부여가 굉장히 중요한데 그 이유는 몰라도 그다지 사는데 지장이 없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도 어릴적부터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말만 들었지, 주변에 영어를 잘하는 사람도, 영어를 잘하면 뭐가 좋은지에 대해 정확히 이야기해 주는 사람도 없었기에 그다지 동기부여가 되지는 않았던 거 같다. 그래서 영어를 열심히 하지도, 잘하지도 못했던 것이다. 아니, 뭐 공부 자체를 그다지 못 했기에 영어도 다른 과목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말이 더 정확하겠다. 예외가 있다면 팝 음악은 이상하게 끌려서 열심히 들었다는 것 정도가 있을까.

 

그러다가 대학 3학년 즈음, 취업과 경쟁력을 이유로 영어를 열심히 해야 하는 상황이 왔고, 열심히 하다 보니 흥미도 생기고, 그러다 보니 다른 것들보다 조금은 더 잘하는 상황이 됐다. 그렇게 영어를 익히고 나니, 다른 언어를 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 오고, 나도 저들처럼 돼야겠다는 생각, 혹은 일본인, 중국인을 만났을 때 영어 말고 그들의 언어로 대화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일본어, 중국어도 조금씩 익혔던 것 같다. 일본어, 중국어는 한자문화권에서 자란 우리가 익히기에 상당히 좋은 언어였다. 서양인이 중국어의 한자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태국 여행을 하게 되면서 만났던 많은 태국 사람들과 동물들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문자를 읽고 싶다는 마음에 태국어를 조금씩 배우기 시작했었다. 한창 즐겁게 배우다가 왜 갑자기 그만두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확실히 기억나는 건 영어나 일본어와는 다르게 태국어를 익힐만한 컨텐츠나 방법이 많이 부족했다는 것.

 

그리고 어쩌면 더 중요한 게 나이가 들어서 완전히 새로운 문자를 익힌다는 게 생각보다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외국어 습득은 언제까지나 계속하는 게 내 목표인데, 그래서 새로운 문자를 익혀야 하는 아랍어와 같은 언어들은 우선순위를 상당히 뒤로 미루게 될 것 같다. 언어는 어려서 익혀야 한다는 게 문자를 익혀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지금은 네덜란드에 살게 되면서 자연스레 네덜란드에 관심이 생겨 배우고 있는데, 영어와 같은 알파벳을 쓴다는 장점과 그래서 영어와 유사점이 상당하다는 것은 네덜란드어에 대한 접근을 더 쉽게 해준다. 문제는 컨텐츠와 사용환경이라고 보는데, 컨텐츠 부족이야 어쩔 수 없다고 치지만, 개인적으로는 사용환경이 상당히 흥미롭다.

 

이 나라에선 거의 두 개의 언어가 공존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기 때문이다. 이게 외국인들이 와서 살기에는 굉장한 도움이 되는데, 그 외국인들이 네덜란드어를 익히는 것에는 도리어 방해가 되는 기묘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네덜란드어를 조금 익혀서 실습을 위해서, 주변에서 사용하는 상황이 한국에서 한국인들이 굳이 영어로 대화를 하는 상황과 비슷하다는 것.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들과 네덜란드어를 사용한 대화가 이루어지는 상황이 흔하지 않다는 게 참 재밌는 현상인 것 같다.

 

네덜란드어를 조금 익히고 나서 독일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놀라운 건 독일어로 된 간판들에 꽤나 유사성이 보여서 꽤나 많은 단어들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아마 네덜란드어를 익히고 나면 독일어로 넘어가지 않을까 싶다. 고등학생 시절 두 번째 외국어가 독일어였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열심히 할 걸 그랬나 싶다.

 

개인적으로 흥미를 느끼는 건 이탈리아어였는데, 이탈리아에서 먹었던 음식이 정말 맛있었고 그들의 식문화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발음도 상당히 쉽고 해서 시작해 봤는데, 동사의 변화가 굉장히 심해서 꽤나 익히기 까다로운 언어였다. 실용성면에서 굳이 익히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과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그밖에 많은 사람들이 쓰는 스페인어나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많은 프랑스에서 사용할 프랑스어도 익히고 싶은데, 과연 언제쯤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단 스스로를 실험체로 생각해서 네덜란드어 이후에는 두 가지 이상의 언어를 한 번에 익히는 실험을 해 볼까 하는데, 이게 혼돈을 줄지 아니면 같은 뜻의 단어를 한 번에 외우는 역할을 해서 시너지를 일으켜줄 수 있을지 몸소 확인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예전에 직장동료가 내가 18개 언어를 한다는 농담을 많이 했었는데, 과연 몇 개나 익힐 수 있을지 모르겠다. (18개 언어라니, 이름 대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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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살기

유럽생활 2016. 8. 30. 18:48

2015년 12월 말에 네덜란드 주재원 발령을 받고, 3년간 네덜란드에서 살게 되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8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내가 상상하던 유럽생활, 어쩌면 막연한 환상이었을 유럽생활을 직접 부딪혀 보고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

 

네덜란드에 오니 영어가 모국어처럼 느껴지는 마술 같은 이야기, 네덜란드 사람들은 어쩌면 그렇게도 영어를 잘하는지, 네덜란드의 시장, 네덜란드의 물가, 네덜란드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 네덜란드에서의 운전, 네덜란드에서의 쇼핑 등 생각해 보니 할 이야기는 참 많다.

 

언제나처럼 게으름이 문제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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